들어가기 전에
저에게 있어 2024년은 1월 1일부터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우아한테크코스가 끝나는 2023년 11월 말부터 시간은 다르게 흘렀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아직 2024년이 한달 남은 현 시점에 1년 회고를 작성하고자 합니다.
2024년은 제게 취업이라는 큰 산이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특별한 1년이었을지 모르겠네요.
2023년 12월 우아한테크코스 안드로이드 과정 그 10개월의 긴 기간이 지나고 부산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페스타고, 그 두 번째 시작
페스타고는 우아한테크코스에서 시작한 대학교 축제 티케팅 & 라인업 검색 애플리케이션입니다.
우아한테크코스가 끝나고 페스타고 팀원 중에 취업한 사람도 있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페스타고 팀원들과 함께하면서 얻은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끝나고 계속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우리 팀원들은 기존 페스타고에서 사용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고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iOS 앱 없음, 디자이너 없음, 사용자 유치가 어려움
그래서 페스타고는 기획을 수정, iOS 개발자, 디자이너를 모집했고 Android 3, iOS 1, Design 2, Server 4 총 10명의 팀을 결성해 우테코가 끝나고 추가로 4~5개월 정도 더 협업하였습니다.
그래서 결국에...
페스타고는 iOS, Android 둘 다 릴리즈 되었고 아직까지 운영중입니다. (기능 개발은 하지 않습니다.)
총 200명 이상 누적 사용자를 유치했고 그 과정에서 선택, 강제 업데이트나 사용자 경험 개선, 어려운 디자인 대응 등 많이 노력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에게 페스타고는 굉장히 큰 행운이었고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 1년 동안 함께 해준 팀원분들께 너무 감사합니다.
직장 다니면서 혹은 다른 직무로 일하면서도 사이드로 꾸준히 작업해주셨던 노력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https://github.com/woowacourse-teams/2023-festa-go?tab=readme-ov-file
학교로 돌아가서
저는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가기 싫었습니다.
현업자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있고 유명한 컨퍼런스, 연합 동아리 해커톤 등 모두 수도권 중심으로 개최됩니다.
우테코에서는 잡담이 경쟁력이라고 가만히 있어도 정보가 흘러들어왔습니다.
스타 개발자, 실력있는 개발자를 만나기 쉬운 환경이었습니다.
그에 비해 과거 부산에서의 저는 이렇게 좋은 개발 인프라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부산에 내려온 저는 서울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부경대학교 개발동아리 WAP 의 개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겨울, 여름 방학 때 10시 데일리 미팅을 모집했고 개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현직자 특강으로 우아한테크코스 박재성(Jason) 코치님을 부경대에 초청했습니다. (킹갓...)
우왑코스 를 만들어 우테코처럼 미션, 코드리뷰 기반 학습 (코틀린, 안드로이드) 멘토링을 해주었습니다.
운영자들께 개모임(우테코 테코톡 비슷), 배포 필수, 부스 운영 등의 발표 방식도 제안했습니다.
와비라는 팀 프로젝트를 기획, 운영하면서 필수 과제, 페어프로그래밍, 스프린트 등 함께 성장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학생들을 많이 만나는건 저에게 좋은 복습이 되었습니다. 좋은 동기부여였구요.
하지만 뭔가 부족했습니다.
저에게 있어 가장 큰 동기부여는 멋진 사람을 만나는 것입니다.
멋진 사람?
개발 잘하는 사람인가? 돈 많이 버는 사람인가?
확실한건 제가 멋있어 하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럼 멋진 사람은 누구냐...
저에게 새로움이라는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다른 삶의 방식에서, 다른 견해에서, 스스로 성장하면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게 된 사람들을 만나면
그 짧은 만남에서도 새로움을 전해받습니다.
그렇게 받은 새로움은 일년이 지나도 빛을 잃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GDG 부산과 GDG
멋진 사람을 만나긴 쉽지 않습니다. 운이 좋아야하죠.
이 운이라는 작은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GDG 부산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GDG 커뮤니티는 제게 다양한 개발자, 멋진 사람들을 만나게 해줍니다.
스스로 그런 기회(행사)를 만들기도 하죠.
GDG 서밋, 커뮤니티 나잇 등 GDG Organizer 들을 위한 행사에 가고
Google I/O, Devfest 에 참여, 운영하면서 다양한 멋진 사람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조금 다른 맥락인데 드로이드나이츠 행사 스탭, 라이트닝 토크 연사도 했었네요.
부산 개발자 인프라를 위해 노력해주시는 GDG Busan Organizer 분들 감사합니다.
제게 도움을 주신 다른 GDG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안드로이드 그리고 방황
개발자 취업, 이직 어렵다고 많이 얘기하지만 남들보다 열심히,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원 자체를 못할 줄은 몰랐죠.
대기업은 채용 문을 닫은 상태고
스타트업 시장에서 신입 채용은 거의 없으며
작디 작은 모바일 시장은 Flutter, RN 과 함께 그 작은 파이를 나눠먹고 있었습니다.
서비스 기업 3년차 공고까지 할 수 있는 지원은 다 했지만 서류 합격조차 거의 없었습니다.
저는 우테코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개발, 소프트 스킬, 문화 등 이상적인 배움은 이런게 아닐까하고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소프트웨어 생태계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어졌습니다.
그러나, 생태계에 들어가지도 못하면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의문을 가졌습니다.
좋아하고, 열심히하고, 잘하는 일을 시작도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습니다.
많은 분들께 상담을 받았고 그 중 인상 깊었던 말은
안드로이드 개발자이기 이전에 Kotlin 개발자고 컴퓨터공학 전공자라는 말이었습니다.
객체지향, 디자인패턴, Kotlin 등에는 자신있었기 때문에 백엔드를 해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강의 및 스터디로 Java, Spring, RealMySQL 을 공부하고 혹시 자격증이 필요할까봐 SQLD 도 땄습니다.
이 과정에서 언어, 프레임워크 등의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을 얻었습니다.
결국 개발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것. 좁은 시야가 더 넓어졌다는 것.
깊게 공부해보진 못했지만 덕분에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 지하철 시 공모전
저는 시를 쓰는 취미가 있습니다.
이 취미를 가진지도 3년이 지났는데요.
올해는 특별히 공모전에 당선되어 서울시 지하철역에 설치됩니다.
제 소화기라는 시가 광화문, 왕십리, 미아, 버티고개역에 설치됩니다.
공모전 당선 문자를 받은게 가장 기분 안좋고 방황하던 시기여서
취미이지만 하나를 이뤄냈다는게, 인정 받았다는게 기뻤습니다.
최근엔 링크드인에 관련 글을 썼는데 좋아요 300 가, 조회수가 23,000 회를 넘었네요.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공감해주셔서 좋았습니다.
https://www.linkedin.com/feed/update/urn:li:activity:7265891802182737921/
안드로이드 외주
백엔드를 공부하고 있을 때, 우테코 크루를 대상으로 외주 모집 공고가 떴습니다.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도메인이 굉장히 생소했고 사용자 피드백을 받기 힘든 환경에서
기획, 디자인, 개발 모든 것을 해야했습니다.
그래도 재택이고 우테코 크루들과 다시 한 번 프로젝트를 할 수 있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 개발자가 도메인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 Jetpack Compose 와 친해지기
- 마감 기한과 코드 품질 사이에서 개발하기
크게 이 세 가지를 얻어갈 수 있었네요.
면접과 취업
센디라는 회사가 있는지는 지원하기 전에 몰랐습니다.
용달을 불러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거겠죠.
다만 부산에서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뽑는다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모집 공고에 적힌 기술 스택, 문화 등이 제가 했던 것들과 비슷해서 잘 맞겠다 생각했고 바로 지원했습니다.
예상 질문을 뽑는 등의 면접 대비는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한 모든 활동에는 이유가 있었고 목적이 있었으니까요.
기억이 안날까봐 제 블로그를 다시 읽어보기는 했습니다.
면접을 할 때는 별로 떨리지 않았습니다. 그냥 인생 얘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 이력, 기술에 대해 새로운 사람들과 얘기하는게 재밌었습니다.
(자세한 면접 과정은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면접이 끝나고 나서 긴장되고 불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정도면 답변 잘한거 아닌가 생각도 들지만
아쉬운 답변을 했던게 생각났습니다.
기대가 큰 만큼 불합격 문자를 받을 용기가 없었습니다.
면접 기간에 연휴가 많아서 조금 길어졌는데
혹여나 오늘 연락올까봐 핸드폰만 보고 있었고 나중엔 배가 아파서 소화도 잘 안되더군요.
잠이 많은 편이라 잠이 안온적이 잘 없는데 잠도 잘 안오고요.
친구와 카페에서 코딩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합격 전화를 받았고
가족과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합격했다고 연락드렸습니다.
합격 전에 생각했을 때는 너무 기뻐서 소리를 지르거나 힘들었던 감정이 복받쳐 울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건 없었습니다.
드디어 시작을 하는구나.
몇 개월간 했던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질 정도로만 기뻤습니다.
https://sendy.ai/
2024년을 마무리하며
올 여름 너무 더웠고 이제야 추운 겨울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가장 따뜻한 나날을 보내고 있네요.
12월은 만나지 못한 사람들, 밀린 드라마와 영화, 게임 한 판으로 보낼 생각입니다.
제 2024년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과
힘들 때 가까이서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2025년에는
지금은 조금 여유가 생겨 더 큰 꿈이 생겼습니다.
회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부산의 개발자 생태계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나 혼자 잘하는 것보다 함께 잘하는게 더 어렵고 재밌을 것 같네요.
어떤 마무리가 좋을까 생각하다가 2023년 회고를 봤습니다.
우아한테크코스 수료식에서 크루들에게 전했던 글이 있더군요.
우테코 10개월, 누군가는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고 하지만 저에게는 가장 행복했던 꿈만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우테코 들어와서 한 연극, 크루들과의 회식, 함께 간 일본여행, 코건의 공연과 드로이드 나이츠 그리고 대망의 엠티까지… 많고 과분한 선물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께 드릴 두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좋은 일이 생긴다면, 그 동안 노력한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고 충분히 즐겨주세요. 나쁜 일이 생긴다면, 나란 사람은 왜 이럴까 자책하지 마시고 지금 상황이 안좋아서 그런거라고 생각해주세요. 그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갑작스런 연락에 커피 한 잔, 좋은 일에 밥 한 그릇, 힘든 일에 술 한 잔,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5년에도 똑같이
갑작스런 연락에 커피 한 잔
좋은 일에 밥 한 그릇
힘든 일에 술 한 잔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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